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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자율연수휴직 중/자아탐색

교사 자율연수휴직 47일 차

by 드나 2022. 4. 17.

교사 자율연수휴직 47일 차

 

휴직 47일차 썸네일

 

 어느덧 휴직한 지 47일 차가 되었습니다.

 

 휴직을 했다고 해서 제 삶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끼니를 챙겨 먹고, 산책을 하고, 좋아하는 소설을 비롯하여 여러 책을 읽고, 사람들과 연락하거나 만나기도 합니다. 집 안에서 운동을 하기도 하고, 글도 간간이 쓰고, 방 정리도 합니다.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서 여행 계획도 세워보려고 하지만, 여전히 귀찮고 돈이 아깝고 코로나 때문에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무급휴직을 할 수 있는 자격이 되자마자 용기를 낸 덕분에 제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덕분에 자신을 위해 더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 있으신가요?

 온전히 '나의 뜻'대로 살아본 적 있으신가요?

 

 태어났을 때부터 보호해주는 누군가를 따라야 했고, 규율과 규칙을 지켜 바르게 생활해야 했고, 남들의 시선을 신경 써야 했고, 늘 의무감에 무언가를 해야만 했고, 주어진 환경에 순응해야 했습니다.

 

 쉴 때도 있고, 취미 생활을 즐기는 때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돌이켜보면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하는 시간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들에 치여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데에 쓰인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은 정말 제 뜻대로 살고 있습니다.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고, 제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합니다. 마음이 편안한 일을 하고, 몸이 건강해지는 일을 합니다. 

 

 

 

 

휴직하니 좋은 점

 

1. 아침에 편안하고 느긋하게 일어날 수 있다

 밤을 새우고 늦잠 자는 바람이 낮과 밤이 바뀔까 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3월에는 아직 출근하던 습관이 남아있어서, 잠에서 깰 때마다 사는 것조차 귀찮아하곤 했습니다. 그만 살고 싶었습니다. 병원에 가는 일정이나 짐 정리 등 하기 싫은 일들을 떠올리며 짜증도 많이 냈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지쳤구나. 애썼구나. 

 

 휴직하는 1년 간은 억지로 쥐어짜 내며 스스로를 극한까지 몰아갈 일이 하나도 없는데 스트레스를 일부러 만들어 내다니.

 

 쉬길 잘했습니다. 이젠 아침이 두렵지 않습니다. 

 

 

 

2. 인물이 훤해진다

 워낙 집에 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놀러 다니기 위해 휴직한 게 아니라 글을 본격적으로 써 보기 위해 휴직을 했기에, 집에 콕 박혀서 화석이나 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신수가 훤해지고 있습니다. 마음이 환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출근할 때에는 스트레스를 배달 음식으로 곧잘 풀곤 했습니다. 이제는 월급을 받을 수 없으니 돈도 아껴야 하거니와 풀어야 할 스트레스도 없어서 배달 음식을 주문할 일이 잘 없습니다. 이렇게 된 김에 체중 조절도 해보기 위해 아예 배달 앱을 삭제했는데, 한 달째 재설치하지 않고 있습니다.

 

 운동량은 출근을 할 때보다 줄었고, 먹는 양이나 종류를 특별히 제한하지 않았는데도 살이 빠지고 있어서 신기합니다.

 

 늘 미간을 찌푸리거나 눈을 흐리게 뜨던 표정도 달라졌습니다. 

 

 

 

3. 집 근처 풍경만 봐도 좋다

 하늘만 봐도 좋습니다. 맑은 하늘은 파랗고 높아서, 흐린 하늘은 운치 있어서 좋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냥 다 좋습니다.

 

 집 근처 나무에 달린 연두색 잎사귀만 보아도 반짝반짝 빛나는 봄을 느낍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보고 싶은 풍경에 더 오래 머물러 있을 수도 있습니다.

 

 

 

4. 카드 결제일을 고칠 수 있다

 조금 뜬금없긴 한데, 매우 만족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원래는 월급날에 맞추어 카드 이용대금 결제일을 맞추다 보니, 전월 △일~당월 △일의 카드 이용내역이 이용대금 명세서에 반영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게 불편했습니다. 

 

 지금은 월급 자체가 없으니 카드 이용대금 결제일을 변경해서, 전월 1일~전월 말일에 쓴 돈을 다음 달에 결제하면 됩니다. 가계부 쓰기도, 매월 결산하기도 편해서 마음에 듭니다.

 

 

 

5. 돈을 버는 다양한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시간도 에너지도 남다 보니 시야도 넓어졌습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돈을 벌어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관심 가질 여력도 생겼습니다.

 

 일을 쉬지 않았다면, 제 직업에만 몰두하느라 주위를 돌아보고 배울 생각은 전혀 못 했을 겁니다.

 

 성실하게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아껴 쓰면서 월급을 차곡차곡 모으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이제라도 깨달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휴직하니 안 좋은 점

 딱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제 낮잠 1~2시간을 자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밤에도 푹 잘만 자는데 참 신기한 일입니다.

 

 한 번은 낮잠을 안 자고 버텼다가 두통 때문에 밤새 앓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그냥 편히 마음먹고 낮잠을 즐깁니다.  

 

 

 

 

기회가 된다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 꼭 쉬어보세요

 어쩌면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전혀 모른 채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스스로를 이해하고 알아갈 기회를 주세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쉴 기회를 만들어 보세요.(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면 제대로 쉴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스스로 번 돈으로 당당히 자신만을 위한 자유를 사야 한다고 봅니다.)

 

 괜찮을 겁니다. 쉬고 나면 더 강해질 겁니다. 그래서 더욱 행복해질 겁니다. 

 

 지금 제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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