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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자율연수휴직 중/작가 도전기

읽는 건 쉽고 쓰는 건 어려워

by 드나 2022. 5. 30.

읽는 건 쉽고 쓰는 건 어려워

 

책 읽는 사진

 

 무엇이든 적다 보면 소설을 쓸 수 있는 걸까요, 소설을 쓸 수 있을 때 펜을 들어야 하는 걸까요?

 

 요즘은 공부도 그렇지만 글도 엉덩이로 써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어

 

 창작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글 외에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하는 분야가 있고, 그 분야는 취미 생활로 재미있게 즐기고 있기에, 다른 사람들이 소설을 쓰는 것도 취미로 하라고 할 때에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글 쓰는 건 단순한 취미 생활이 아니라고. 취미는 따로 있다고. 

 

 일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글을 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 말이 가장 현실적이긴 했습니다. 돈이 없으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자유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일을 성실히 하면서 출근 전, 퇴근 후, 쉬는 날에 글을 쓰면 됐겠지요.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소설을 편안하게 완성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에게 있었습니다.

 

 저는 느림보인데다가, 좋게 말하면 일에 진심이고 나쁘게 말하면 융통성이 없는 편입니다. 남들보다 업무를 처리하는 데에 몇 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말입니다. 업무 파악에만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뿐더러, 적당히 해도 될 일에 매달리기도 하고, 넘어가도 될 일을 혼자 짚어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칼 같이 퇴근 시간을 지킬 때, 1~2시간 늦게 퇴근하는 건 기본입니다. 지금은 그나마 경력이 쌓이면서 나아진 편입니다. 1년 차에는 일거리를 집에까지 들고 와서 밤 12시 넘어서까지 하고, 다음날 4~5시에 일어나서 또 일했습니다. 그래도 다 처리하지 못한 일들이 넘쳐흘렀습니다. 왜 이렇게 진전이 없냐고 자주 불려 다니기도 했습니다. 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일할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건강을 챙기고 운동을 다닐 시간도 없었습니다. 쉴 시간도 잠잘 시간도 없었는데 무슨 운동을 하겠습니까. 나중에 이대로는 죽겠다 싶은 처지에 놓여서야 무슨 일이 있어도 운동은 꼭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결과물이 썩 뛰어난 편도 아닙니다. 늘 실수를 했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습니다. 결과가 남들과 비슷했으면 좋았을 텐데, 나쁠 때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직업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익혀야 했습니다. 관련 서적을 찾아 읽고, 선배들의 경험담과 조언을 경청하고, 도움이 되는 연수를 들어야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가능할지 몰라도 저는 도저히 일하면서 글을 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글만 쓰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글을 업으로 삼고 싶었습니다. 

 

 

 

작가가 될 것인가, 독자가 될 것인가

 

 호기롭게 휴직을 하고 소설을 쓰겠다 선언했는데, 크게 이렇다 할 진전은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휴직 전보다는 쓴 글이 많이 쌓였고, 소설에 대해 고민하고 몰입하는 시간이 늘긴 했습니다. 그러나 소설을 이것저것 번갈아 가면서 적고 있는 데다가, 쓰고 있는 소설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만들 때도 있어서, 한 편이라도 완성할 일은 아직 요원해 보입니다.

 

 원래는 한 편이라도 끝내고 다른 소설에 손을 대려고 했는데, 이야기 전개가 막히면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날도 있어서 그럴 땐 기분 전환 겸 다른 소설을 썼습니다. 어쩌다 보니 3편이나 돌려가며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황스럽게도, 하루 중 글을 쓰는 시간보다 읽는 시간이 몇 배 더 많습니다. 솔직히 읽는 게 쓰는 것보다 훨씬 더 편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마음에 드는 책을 적극적으로 찾고 읽어보기만 하면 되니까요. 도서관이나 도서 구독 서비스에 없는 책은 별도로 돈을 지불하기만 하면 읽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단순히 열심히 글감을 찾고 돈을 지불한다고 해서 소설을 술술 적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1년 후 저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토록 염원했던 작가가 되었을지, 여전히 작가가 되고 싶어서 소설을 쓰고 있을지, 독자가 되어 가끔 취미로 짧은 글을 쓸지, 모르겠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때까지 바지런히 써보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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